저녁, 그 시간이 그렇다. 하루의 끝자락에서 온갖 감정들이 물밀듯 밀려오는 시간. 뭔가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배어 있기도 하고, 하루를 다 살았다는 묘한 안도가 깃들기도 한다. 김사인시인의 시를 읽으며 떠오르는 건 그 '그냥 있음'의 위로다. 이도 저도 아닌 저녁, 철 이른 낙엽이 내 곁에 내려앉은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종종 거창한 말과 행동으로 위로하려한다. "힘내세요." "다 잘될 거예요." 같은 말들 말이다.
하지만, 때로는 말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그냥 있는 것이다. 아무 말 없이, 옆에서 같이 그저 있어주는 것. 시인은 그 순간을 "고맙다"고 말한다. 사실, 이런 단순한 것이 진짜 위로라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는다.
위로는 '곁에 있음'에서 온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자. 아이가 넘어졌을 때 가장 먼저 찾는 건 엄마나 아빠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를 안으며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엄마 여기 있어."
이 말의 핵심은 곁에 있음이다.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없더라도,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아이는 안정을 찾는다. 이는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도, 누군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
낙엽처럼 말없이
시인의 낙엽은 철이 이르다고 한다. 시기적으로는 조금 어긋났을지도 모르지만, 그 낙엽이 곁에 내려앉은 순간만큼은 완벽하다.
힘겨운 순간, 우리의 곁에 찾아오는 작은 위로가 바로 이 낙엽같다.
철 지난 문자, 우연히 마주친 지인의 미소, 조용히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
모두가 말없이, 그러나 존재만으로 충분히 힘이되는 존재들이다.
'고맙다'고 말해보자
시인은 "고맙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 줄,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이 한 문장이 묘하게 가슴을 울린다.
우리는 살면서 너무 많은 걸 당연하게 여긴다.
옆에 있어주는 사람, 말없이 들어주는 사람, 철 지난 낙엽 같은 작은 위로들까지도.
하지만, 이런 순간들을 '고마운 일'로 받아들인다면 삶은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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