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
감독: 린 램지
출연: 틸다 스윈튼, 에즈라 밀러, 존 C. 라일리
장르: 심리 스릴러, 드라마
개봉: 2011년
🔎 영화 소개
영화를 보고나면, 어디서부터 이 문제가 시작되었는지 얘기해 봐야한다는 ‘We Need to Talk About Kevin ’이라는 영어 제목이 너무나 와닿는 영화다.
《 캐빈에 대하여》는 모성과 악의 본질을 탐구한다. 영화는 한 어머니가 아들의 끔찍한 범죄 이후 죄책감과 사회적 비난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따라가며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으로 모성 신화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 더해 주목받는 여성 감독 중 하나인 린 램지 감독의 탁월한 연출과 미장센이 묵직한 메시지와 조화를 이룬다.
관객에게 아주 깊은 심리적 불편함을 선사하는 충격적이기로 유명한 영화지만, 선혈이 낭자한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관객은 휘날리는 커튼에서 죽음을 읽고 빨간색 페인트가 낀 손톱에서 슬픔을 읽는다. 어린아이같이 꽉 끼는 옷에서는 퇴행을 읽고, 방을 온통 망쳐 놓은 물총에서는 결핍을 읽는다.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캐빈에 대하여》는 이렇게 고통을 은유하고, 은닉하고, 방치하는 영화라고.
주요 인물
◐ 캐빈 (에즈라 밀러)
캐빈은 태어날 때부터 반사회적 성향을 보인다. 유아기부터 어머니인 에바를 거부하고, 의도적으로 도발하는 모습을 보인다. 성장하면서 더욱 교묘해지며, 겉으로는 정상적인 아이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깊은 증오가 자리 잡고 있다.
◐ 에바 (틸다 스윈튼)
에바는 원하지 않았던 임신으로 인해 아들 캐빈을 향한 애정과 거부감을 동시에 품고 있다. 그녀의 불안과 냉담함은 캐빈에게 영향을 미쳤고, 캐빈은 이를 이용해 더욱 어머니를 괴롭힌다.
◐ 프랭클린 (존 C. 라일리)
캐빈의 아버지로, 낙관적이고 현실을 외면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는 캐빈의 문제 행동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항상 에바의 과민반응으로 치부한다.
📖 줄거리 요약 (스포일러 포함)
에바는 과거를 회상하며 캐빈과의 관계를 되짚는다. 영화는 시점을 오가며 그녀가 아들에 대해 점점 불안감을 느꼈던 순간들을 보여준다. 여행과 자유를 사랑하던 에바는 우연히 프랭클린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계획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된다. 에바가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 케빈은 에바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그저 짐덩어리이고 원망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아기를 낳고 이뻐하는 프랭클린의 행복한 표정과 반대로 에바의 표정에서 이 모든 것이 드러난다.
♤ 이렇게 엄마의 미묘한 감정의 영향을 계속해서 받은 탓인지 케빈은 엇나가기 시작한다. 엄마를 골리기 위해 배변을 가리지 못하는 척을 하고, 지도를 붙여 꾸며놓은 벽에 페인트 칠을 한다. 아빠인 프랭클린과는 나름 어울리며 재밌게 노는 것 같아 보이지만 엄마와 둘이 있게 되는 상황에서는 끊임없이 에바를 건드리며 심적으로 괴롭힌다.
♠ 아빠 앞에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아 에바가 프랭클린에게 얘기를 해도 프랭클린이 공감을 하지 못하는 부분도 에바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온 부분이다. 결국 엄마의 괴롭히기 위해 열성이던 케빈은 그 무게를 인지하지 못하고 점점 더 큰 사물에 해를 가하기 시작한다.
▶ 영화 '케빈에 대하여'는, 제목과는 달리 '케빈의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다.
똑똑하고 못된 아들 '케빈'을 양육하면서 어머니가 느끼는 절망과 현실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에바에게서 ‘케빈의 어머니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내 안에서 나를 닮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은 두렵고도 신기한 일이다. 대부분은 '나를 닮는다면 어떤 부분을 닮게될까?' 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혹시라도 내 테두리를 벗어난 전혀 낯선 아이가 태어난다면 나면? 생명이 태어나는 축복 속에서 엄마는 경외감보다는 두려움 또한 느끼게될 것이다. 나도 잘 모르는 미지의 존재를 온전히 책임질 수 있을지는 커다란 의미로 다가온다.
▶ 케빈의 성장기
아이의 표정 변화가 그의 성장기 변화를 표현한다.
🧒 유아기: 에바는 육아에 어려움을 느끼고 캐빈은 그녀를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듯 보인다
🧒 유년기: 캐빈은 가족과 외부 세계에서는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어머니에게는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
🧑 청소년기: 캐빈은 더욱 교묘하게 어머니를 조종하며, 자신의 어두운 본성을 감춘다.
💔 비극적 사건: 캐빈은 고등학교에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어머니 에바는 사회적으로 매장된다.
▶ 아기 캐빈과의 엄마의 교감 방식
에바는 갓난아기 캐빈을 안고 베란다에서 유모차를 밀며 소음을 즐긴다. 이는 모성애의 결핍과 무의식적 거부감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울음을 그치지 않는 케빈을 유모차에 태워 공사 현장에 가서 케빈의 울음소리를 굴착기 소음 속에 묻고 나서야 편안함을 느낀다. 육아에서도 중요한 아이와 부모의 애착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사랑하는 척하는 엄마'와 '사랑하지 않은 척하는 아들'
이 영화를 다시 보면 가슴이 서늘해지는 장면들을 마주친다. "이 부분이 마지막 기회가 아니었을까"..."라는 아쉬움과 함께.(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그렇다)
케빈의 동생이 태어나기 전 동생에 대해 에바와 케빈이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여기가 마지막 기회이지 않았을까....
▣ 현재의 우리에게
✔️ 영화는 현대 사회의 부모 책임론과 범죄자의 심리를 깊이 파고든다. 특히, 부모가 자녀의 성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둘러싼 사회적 시선을 예리하게 해부한다.
✔️ 최근 청소년 범죄 문제에서도 가해자의 부모가 도마 위에 오르는 일이 많다. 하지만, 과연 부모의 역할은 어디까지?
✔️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환경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이 영화는 그 딜레마를 날카롭게 조명한다.
🔚 결론
《캐빈에 대하여》부모와 자녀의 관계, 인간의 본성, 그리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지는 작품이다. 한국적 정서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종류의 영화이다. 그렇기에 한 번쯤 보면 꼭 봐야할 영화이다.
★ 우리는 항상 모성애를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모성애가 당연한 것은 아니다.
모성애를 강요하고, 모든 걸 엄마의 책임으로 미뤄버리는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영화를 보고 다시 한번 우리들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모성은 본능이 아니라 학습되어가는 것이다. 모성애는 본능적이고 당연하기만한 것이 아니라 아이와의 교감을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고, 엄마이지만 서툴 수도 잘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아이는 엄마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같이 키운다는 성숙한 육아관이 우리의 밝은 미래를 보장한다는 걸 모두가 인지하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땅의 모든 어머니에게 무한한 존경과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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